매년 11월 17일은 ‘세계 췌장암의 날’이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 기준 췌장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5.2%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국내 10대 암 기준 가장 낮은 수준에 해당한다.췌장암은 암세포 전이가 쉬운 데다, 50대에 접어들면 유병률도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고위험군의 적극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그러나 췌장은 복강 내 장기 중 가장 깊은 곳에 있어 복부 초음파만으로는 암 조기 발견이 어려운 편이다. 이에 최근 임상 현장에서는 암세포가 배출하는 물질을 통해 암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췌장암 뿐아니라 위암, 대장암 등의 조기발견 가능성을 높이는 새로운 마커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어 주목받고 있다.
혈액으로 암 진단하는 ‘바이오마커’란?바이오마커는 일반적으로 단백질이나 dna, rna, 대사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다. 이는 암을 포함한 각종 질병을 진단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그러나 혈청검사에서 사용되고 있는 cea와 ca19-9 등의 바이오마커는 암세포 식별의 민감도가 낮아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더욱 정확하고 간단하게 종양을 감지할 수 있는 혈청 바이오마커를 새롭게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최근 일본 나고야대학교 의과대학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분비된 단백질을 조사한 결과, 다양한 암 유형을 발견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기질세포 유래 인자 4(sdf-4) 단백질’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sdf-4가 암 환자를 식별하는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89%, 99%로 확인됐다. 현재 활용되는 cea와 ca19-9가 각각 13%, 17%의 민감도를 보이는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연구는 암 환자 582명과 건강한 일반인 80명을 대상으로 채취한 혈액 샘플에서 sdf-4의 농도 측정치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위암과 식도암, 대장암, 췌장암, 유방암, 간암 환자의 샘플 모두에서 sdf-4의 농도가 높았으며, 위암 1기 환자에서도 높은 농도를 보였다. 이는 발생 초기의 암을 빠르게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연구의 제 1저자인 시노즈카 다카히로 박사는 “sdf-4는 초기 단계의 암 환자를 진단할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암에 대한 진단 표지자로 유용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종양 바이오마커를 능가한다”며 “암 선별 과정에 도입할 수 있는 측정 장치를 개발하면 암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해당 연구 결과는 지난 9월 20일 국제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세계 췌장암의 날... 췌장암 예방하려면췌장은 아밀라아제와 리파아제 등의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소화불량과 식욕부진,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이어지거나 급성 당뇨 등이 발생해 혈당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췌장암을 의심할 수 있다. 또 황달, 옆구리나 허리, 등 부근에 통증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초기 단계에서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아 비만, 당뇨,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거나 췌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검진을 통해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검진을 통해 암이 발견될 경우, 전이되기 전 빠르게 절제하는 수술적 치료를 진행한다. 대부분 초기인 1기와 2기에 진행되지만 3기 환자들의 수술도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에는 표적치료제나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암 크기를 줄여 수술하는 사례도 많다. 환자에 따라서 보존치료가 시행되기도 한다.췌장 건강을 위해서는 술을 비롯해 포화 지방이 많은 고기류, 과당, 감자튀김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지방과 당이 많은 음식은 췌장에 부담을 주고, 알코올은 체내 온도를 높여 내부 염증을 쉽게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흡연도 췌장암의 상대 위험도를 크게 높이므로 금연하는 것이 좋다.식이섬유와 녹황색 채소를 충분히 섭취하면 췌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과도한 폭식과 절식하는 습관은 인슐린 민감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적절한 식사와 소식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하이닥 외과 상담의사 홍영한 원장(메디움강남요양병원)은 “췌장암 초기에는 식욕부진이나 복부팽만으로 체중이 감소할 수 있고, 소화불량이나 등허리의 원인 모를 통증, 무기력감을 동반하기도 한다”며 “췌장의 머리 부분에 암이 생기면 황달이 생기기 때문에, 황달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췌장암 초기 진단과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홍영한 원장 (메디움강남요양병원 외과 전문의)